언제나 그렇듯 이미 끝난 무대를 다시 돌아보는 일은 두렵고 부끄럽다.
충분히 농익지 못한 채로 공연한데 대한 미안함- 관객에 대한, 그네들에 대한.
 
노근리 평화공원을 찾아갔을때, 나는 전시장1층 초입에서 한 쪽지를 발견했다.

한동안 멈춰서서 그대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의도치 않게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왜'라는 질문을 맞춤법 조차 모르는 어린아이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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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종이가 더 아프게 다가 온다. 안돼. 아직은 이 울컥이 올라오면 안된다..

 하얀나비.

연출님이 공연이 끝나고 말씀하셨다. "나비만 자기가 나비라고 생각해. 근데 그거면 돼. 자기 스스로만 나비면 돼"

어떻게 하면 나비처럼 보일까 하고 고민했는데 그런 고민도 참 하잘것 없었다.

어차피 사람인 이상 나비일 순 없다.

그 부분은 내려놓고 넋이자 나비인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데에만 집중하자.

어설프든, (어떤 관객의 평에 따르면)아직 익지조차 않았든 간에 공연이었고 그 공연을 끝냈으면 분명

무대뒤의 홀가분이 뒷따라와도 될 터인데 도무지 그렇지가 못하다.

그 곳까지 걸어 가보니, 나비가 되어보니, 할미를 위로하고 나니, 흰꽃과 소년을 마주하고 나니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은 되려 늘어났음일터다.

보잘것 없는 팔랑임에 지나지 않는 짧은 위로일 지언정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이었고, 힘이되는 자그마한 위안일 수도 있음일 터다.  

부족한 내가 그 짧은 순간에라도 누군가에게 위안일 수 있음을 감사하면서,

평화공원 지하에서 한명 한명 쓰여진 명패에 손을 얹고 당신들을 꼭 기억하겠노라 다짐하던 내 모습을 되새기면서,

젖은 날개 열어 작은 팔랑임을 다시 시작한다. 내 위로가 필요한 그 어깨 찾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