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을 바라보는 노인네가 손수 농사지은 쌀로

세상에 내놓는 따듯한 밥 한 그릇

1950년 7월 27일 갓 돌 지난 자기 자식을 쌍굴 안 물속에 처박아 죽게 한 아비가 있다.

그 것을 옆에서 그 아이의 누나가 지켜보았다. 죽은 몇 백 명 속에 그 둘은 살아남은 몇 명이었다.

부모를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된 몇 명의 아이들은 그를 포함한 살아남은 이들의 보살핌 속에 자랐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인 그는 기력이 쇠잖아져 자기 몸 하나 거둘 힘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몇 평

되지 않는 논에 나가 자라나는 벼를 정성으로 돌본다.

해가 기울어 벼 잎새가 지나는 바람에 일렁일 때, 그는 바닥 닳은 쇠솥에 군불을 지핀다.

그리고 흰 사기 밥그릇에 수북하게 밥을 담아 자기 집 문 밖 세상에 내놓는다.

같이 밥 먹자고.

논에 물을 대고 물꼬를 손보고, 모내기하고 피사리에 한 여름 햇살 머금고 자란 벼가 누렇게 익을 무렵,

가을걷이해서 손수 밥을 짓는 구순 노인네가 봄부터 가을로 이어지는 벼농사일을
몸짓으로 보인다. 현재는 벼농사에 큰 힘 들일 게 없지만 철마다 벼농사 일의 모습은 과거의
옛모습에 가깝다. 대부분 사실성에 확장성을 갖는 몸짓이고, 실제 소품은 최소화 한다.
삽과 흰 사기 밥그릇 그리고 작은 소반 정도.
반복에 반복된 몸짓의 이어짐에 간헐적으로 아주 짧은 대사가 주변 온갖 것을 대상화하여
나온다.

삽으로 논두렁을 손보다가 “너희도 애 많이 쓴다.”

“어여들 와, 밥 먹자구나 밥 식기 전에 어여....” “올 해가 마지막일지 싶다.”

                                                                                                                          2016. 7. 26    박창호